지리산에서 진부령 백두대간 완주

11,02,01 백두1-4구간, 지리산 노고단-만복대-고기리

세월민초 2011. 2. 8. 21:35

                

               60대 나 홀로 떠나는 백두대간 이야기

               

             2011,02,01화 요일/1-4 구 간; 노고단 - 만복대 - 정령치 - 세갈산 - 고기리              

 

   백야의 길 지리산 서북 능선

 

  오늘은 4일 차

백두대간 지리산 마지막 구간 노고단 대피소-고리봉-만복대-세갈산-고기리 7시간 30분을

산행할 예정이나 눈이 쌓여 있으면 좀 더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앞서 2일간 천왕봉-세석-벽소령-연하천-노고단 구간은 강한 바람과 눈이 내려 고생했는데

왠지 오늘은 하늘이 맑고 바람도 잔잔하여 설원 속의 봄날 같구나

 

 서북능선은 산행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눈이 쌓여 산행길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3년 전 정령치-만복대-고리봉-성삼재로 철쭉 산행을 했던 구간이라 도움이 되겠다

 

4일 차 산행 일지; 산행 10 시간

 

                                     노고단   -   만복대   -  정령치 -   고기리                                              

   07,30         13,05        15,15      17,30

 

 

 

성삼재에서 서북능선 만복대 가는 들머리

 

 

 

앞에 간 산꾼이 없으니 오늘은 첫 번째 주자다

 

 

 

한 참을 가다 뒤를 보니 성삼재와 저 멀리 노고단이 보인다

 

 

 

지리산 하늘재 아래 첫 당동마을들,,

 

 

 

 

 

 

여기까지는 순 조러게 산행한 고리봉 1,248m

 

 

 

 

 

 

영원히 잊지 못할 고난과 고통의 추억

눈이 쌓여 무릎까지 차오르는 설산에서 정상을 향해 3시간 3 0분의 사투,,

 

노고단 대피소에서 성삼재를 지나 고리봉까지는 순조럽게 진행하였고

 만복대로 올라가는 주능선 길에 제일 낮은 능선이 묘몽치로 이곳에서 갈림길이 있다

 

그런데 좌측 만복대 주능선은 눈이 쌓여 길이 없고 우측의 길은 희미하게 보인다

산행을 하다 보면 좌우로 가기도 하고 내려갔다 또 올라가는 게 산행길이라 보기에는

작은 봉우리 아래를 돌아서 다시 주능선을 타고 만복대로 올라가는 산길로 착각할 수 있다

 

이정표가 없어 설마 설마 하며 갔는데 이제는 돌아서 묘몽치로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까지 

계곡을 건너니 묘지가 있고 산 아래를 보니 하산 길에 서남마을 가는 차량 도로가 보인다

 

그러니까 성삼재에서 고리봉을 지나 묘몽치까지는 산길이 잘나 있는데

왜,, 묘봉치 갈림길에서 만복대로 오르는 서북능선에는 산행길이 없고 눈만 쌓여 있을까?

그러면 며칠 동안 눈이 내려 산꾼들이 서북능선을 포기하고 서남마을로 다 하산했다는 건가

 

이제는 힘들게 올라갔던 1200m 높이를 알바로 약 600m를 내려왔으니

다시 산을 올라가야 할 처지가 되었고 산에는 눈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 무릎 정도에

길도 없어 혼자서 러셀 하며 올라가다 잘 못하면 눈 속에서 조난 사고도 있는데,,

산은 그대로요 나만 급하게 오르는가 싶다

 

여러 사람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나 혼자다. 잠시 쉬면서 산행 지도를 보니 막막하다

오늘은 일진이 안 좋아 여기서 포기하고 다음에 서북능선 재산행을 해야 하나 생각도 들고

  다시 산행을 하여 만복대로 올라가면 오늘은 머나먼 서울로 상경이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

어려운 눈길에 알바를 제대로 했구나,,

 

여기서 잠시, 그동안 산행 중 알바를 했던 이야기다

오래전에 산악회에서 여름철 가평군 명지산 산행을 하는데 폭우가 내려 계곡 물이 범람해서

38명이 산행을 포기하고 5명이 겨우 정상을 찍고 하산길에 내가 다른 길로 가자고 했던 게

진짜 알바가 되어 명지산 입구 정반대 방향으로 가 휴대폰이 불통이고 계곡 물이 급류라

5명이 서로 손을 잡고 3곳을 건넜다

점도로 나오니 산속이라 다니는 차량이 없어 지나가는 냉동탑차 속에서 동태가 되었다 ㅎ

 

또 산악회 여동생 2명과 저녁 식사하고 노래방에서 놀다 북한산 야간 산행을 밤 10시 출발

도선사를 지나 암문과 노적봉, 만물상을 돌아 백운대에 올랐다

그리고 순조럽게 하산하여 도선사 부근 영봉을 지나 15분 정도면 버스 종점이고 산행 종료다

 

그런데 우측 하산길이 아니고 좌측 아래로 흘러 계곡과 산속을 돌고 돌아 동쪽 우이동에서

정반대 서쪽 고양시 북한산 입구 부근 사기막골에 아침 9시경 도착하니 산귀신에게 홀렸었다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4~5시간 산행 코스인데 11시간이나 산속을 헤매었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그래도 산속에서 병졸 놀이도 하고 재미게 놀았다

 

또 전남 해남군 달마산 이어 땅끝마을 종주 시 산 친구들과 모여 입담 하며 놀다

산행 시간이 늦어 비지땀을 흘리며 산속을 약 2시간 동안 마라톤도 하고

 여러 곳에서 알바를 하다 보니 재미가 있는지 산 친구들 여러 명이 모이면  그때 추억들이,,

뭐 그렇게 알바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좋게 좋게 더불어 사는 거죠

 

 

 

만복대 1,433m 설경

 

현재 위치는 고리봉을 지나 묘봉치에서 서북 1 능선 우측으로 이탈하여

서북 2 능선 하단을 지나서 서북 3 능선 아래 서남마을 방향 하산 지점이다

 

이곳에서 만복대 오르는 산행 길은 다시 돌아가 서북 1 능선을 오르는 것이 맞이만

너무 멀고 산행길은 없지만 서북 3 능선이 직선거리로 가파른 능선에는 산죽과

작은 나무들로 가려 지나가기도 힘들겠다

 

눈은 무릎까지 차고 깊은 곳은 허벅지로 능선을 더 올라가면 눈높이가 낮아지겠지 생각하며

산행을 했지만 그러나 큰 착각 강한 서풍 바람에 서쪽 능선 아래에 있던

눈이 능선을 넘어 동쪽으로 이동했었다

 

 

 

나 홀로 러셀 하며 정상만 보고 계속 오른다

여러 명이면 교대로 앞에서 발자국만 찍어도 좋을 걸,,

 

 

 

보기에는 눈높이가 30~50cm로 보이는데

그러나 지형에 따라 깊은 곳은 1m 이상이다

 

 

 

혹시 호랑이, 동물에 발자국을 따라서 가기도 하고

 

 

 

저곳이 만복대 정상

산행 길이 없으니 무작정 정상만 보고 한발 한발 오른다

 

 

 

 

남쪽 서북 1 능선 산행길을 이탈하여 동쪽 반야봉 방향 서북 3 능선에서 올라왔다

눈은 만복대 정상 바로 앞까지 무릎 높이고 약 3시간 30분 동안 눈 속에서 사투를 했나 보다

 

 

 

 만복대 1,433m

 

영원히 잊지 못할 산야 어려운 산행일수록 기쁨과 성취감도 몇 배 다

 

옛날에 만복대는 복이 많이 있다는 산으로 보기만 해도 복이 오고 산을 오르면

많은 복을 준다는 명산이다

지금 나에게 얼마나 많은 복을 주실지는 모르나 이 산을 안전하게 하산하도록 도와 주심이

세상에서 제일 큰 복이다

 

 

 

 

 

허벅지까지 차 오르는 위험한 눈 속을 헤치며

약 200~300m의 긴 눈 성벽을 넘고 남몰래 눈가에 맺힌 눈물

 

만복대 정상에서 보니 고리봉과 정령치 양 방향에 눈이 많이 쌓여 아예 산행길이 없다

이곳 서북능선은 겨울철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은 지리산 주능선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서북능선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일자로 쭉 뻗어 산맥 지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주로 서북풍이 강하게 불어 강한 편 바람을 타고 눈구름이

서북능선을 넘다가 무거워 높은 능선에 눈이 계속 쌓여 노적봉처럼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는 북쪽 정령치로 하산하는 길인데  눈높이가 약 50cm ~ 1m 이상이 쌓인 것 같다

지리산 주 능선에도 지형에 따라 집채 같은 눈이 쌓여 있고 길가에도 2m 이상 쌓여 있었다

죽을힘을 다해 만복대에 왔으니 하산은 가볍게 갈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게 뭐야?

 

나 홀로 백두대간 도전 첫 관문 지리산 구간부터 참으로 위험하고 험난한 산행 길이다

꽃피는 봄이나 오색 단풍이 아름다운 봄. 가을에 산행하면 위험도 없고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하는 일이 봄과 가을이 제일 바쁜 직업이라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에 시간이 있단다

산행하기에 제일 힘든 계절이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행복한 시간들이다

 

 산을 올라갔다 내려가고 다시 올라왔으니 만복대 눈 산행은 너무 힘들고 시간도 벌써 오후다

겨울철 높은 산은 오후 3~4시면 어두워지고 찬바람에 온도가 급하락하여 산행도 위험하다

앞에 보이는 엄청난 눈 성벽 약 200m구간을 무사히 넘어야 하는데 능선을 직선으로 못 가면

능선 아래로 한 참을 돌아서 가야 하니 그것도 쉬지는 않겠다

 

3년 전 이곳 만복대 산행 시 산길을 회상하니 능선 2~3곳 정도가 블랙홀처럼 3~8m 깊이로

낭떠러지 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넘어야 할 능선은 눈높이 2m를 포함하면 깊이가 약 5~10m다

 

나 혼자라 비상 로프가 있어도 필요 없고 서서 걸으면 갑자기 눈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구조할 사람이 없어 눈에 파무쳐 죽을 수도 있다

 눈 속을 보니 여러 날 눈이 내려서 약간 단단하게 느껴지고 전부 오늘 내린 눈이면 솜털 같아

위험한데 천만다행이다

 

이제는 배낭을 벗어 앞에 메고 상체를 90도로 구부리고 두 손에 스틱 중간을 잡고 

엉금엉금 걷다가 눈 속으로 들어가면 빨리 대자로 엎드린다

아니면 처음부터 엎드려서 포복으로 가는 방법도 있고 최대한 몸 면적을 넓게 하여야

눈 속으로 덜 들어가겠다

 

이제부터 나 홀로 생사의 도전이라 조금씩 조금씩 얼마나 갔을까?

눈 속으로 갑자기 허벅지까지 들러갔다, 순간 죽느냐 사느냐 온 몸이 피가 끓는다

몸을 움직이면 계속 눈 속으로  들어가니 스틱을 열십자로 하고 위에 배낭을 언저

그 위에 엎드려 한 발 한 발 서서히 나왔다

만약에 스틱이나 배낭이 눈 속으로 들어가도 사람 몸만 무사히 나오면 되는 것

  엎드려 낮은 포복으로 사금 사금 기여서 몇 천리 길 같은 악마의 눈 성벽을 무사히 넘었다

 

그리고 남몰래 눈가에 맺힌 눈물에 한 참을 머물며 이 길을 꼭 가야 하는가? 후회도 된다

앞으로 약 2년이란 긴 시간 멀고도 머나먼 저 산과 산맥을 오르고 또 내려가며 얼마나

수많은 사연들이 있을까?

 

 

 

나의 산행 동반자 동물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조금은 완전하다

 

 

 

정령치로 하산하여,,

 

 

 

이번에는 앞에 보이는 세갈산을 넘어야 한다

 

 

 

 

정령치 휴게소는 휴업 중,,

시간이 없어 점심을 간식으로 하니 허기가 진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 먹었으면 ,,

 

 

 

정령치 휴게소를 지나 2번째 세걸산 가는 길,,

 

 

 

3박 4일의 백두대간 1구간 지리산을 마치며 남기는 글

 

자연에 순응하며 사랑하고 자연과 호흡하는 순결한 마음으로 백두대간 마루금 길에 오른다

 하루 이틀에 가는 단순한 산행 길이 아니고 약 2년을 가야 하기에 산과 애정을 나누며

아름다운 그 길을 가야 한다

 

   우리나라 전 산야의 높은 산 약 70~80%를 차지하는 백두대간은 산악인의 꿈에 능선이다

그래서 많은 산꾼들이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단독 산행을 하지만

자연과 산은 아무에게나 나 홀로 산행의 길을 허락하지 않기에 완주의 길은 극소수다

 

 오래전 지리산 종주 3번과 서북능선, 남부 능선을 산행할 때는 나이도 젊고 팔팔할 시절이다

이제는 60대 다

 

이 글을 나열하는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며 산행 기록 후기다

훗날 누군가에게 백두대간 마루금 산행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그 산꾼들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를 바라면서,,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시작하여 전라남도 구례군을 지나

이제는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고기리 마을이다

 

고기리 선유장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주인장 인심도 넉넉하다

산꾼의 마음을 잘 알고 있나 점심에 간식을 조금 먹어서 배가 고파서 아줌마 많이 주세요

산채정식을 주문했는데 모든 음식이 두배, 내가 좋아하는 청국장부터 반찬까지 먹어 치웠다 

아줌마 생각에는 웬 상거지가 ㅋ,

 

고기리에서 남원행 18시 20분 시내버스에 오른다

 

 

 

남원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로 나만의 달콤한 낭만을 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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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2, 14 만복대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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