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진부령 백두대간 완주

11,01,30 백두1-2 구간,지리산 로터리-연하천

세월민초 2011. 2. 3. 23:45

 

                      60대 나 홀로 떠나는 백두대간 이야기

              

                      2011,01,30 일요일/ 1-2구간; 로터리 - 천왕봉 - 장터목 -세석 - 벽소령 - 연하천

 

 

  자연과 마음이 함께 가는 동반자 백야의 길

지 리 산

 

    어린 시절 농촌에서 성장하며 동심의 세계로 작은 산들을 동네 친구들과 뛰여 놀며

호기심으로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새들의 집에서 새끼들이 크는 과정을 신기하게 보았고

        유년시절에는 방학 때 혼자서 배낭과 텐트를 메고 전국 큰 산들을 7일간 비박하며

산행을 하다 보니 그렇게 산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성년이 되어 언론사에 근무하며 산악회를 맡아 80여 명을 인솔하여 다녔던 일들,,

그 후 생활환경이 바뀌고 취미도 바뀌어 한 동안 산과 인연이 멀어졌고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중생이 해탈하는 마음으로 산과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해인가 북한산 대남문 옆 고현봉 겨울 산행 중 얼어있는 바위에서

약 20m 낭떠러지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되어 혼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컴컴한

밤 추위 속에서 하산한 일도 있었다

그때 나에게는 휴대폰이 없을 때고 119가 인명 구조를 하지 않는 시대 같다

 

그래서 겨울 산은 보기에는 백설의 아름다운 산야로 보이나 뒷면에는 무서운 죽음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는 기억이다

뉴스를 보면 겨울철 눈사태로 많은 희생이 있었고 영하에 날씨로 사고 시 얼어 죽는다는

교훈인데 지금 나는 아름다운 눈꽃에 도취되어 백야의 길을 혼자서 왜 걷고 있는지? 

 

  그러나 나에게는 죽음의 삶에서 희망과 행복의 등불이 되었던 은혜의 산야를 잊지 못한다  

   산에 오르면 포근한 여인처럼 느껴지고 애정이 깃든 자연의 사랑이 함께 숨 쉬는 곳이었다

                                 

      2일 차 산행 일지;  산행 11시간   

                              로터리 ㅡ 천왕봉 ㅡ 장터목 ㅡ 세석 ㅡ 휴식 ㅡ 벽소령 ㅡ 휴식 ㅡ 연하천

                           05,20      07,30       09,00    11,00    00,30     13,30      00,30     16,20

 

 

 

천왕봉의 일출은 그동안 3번의 종주에도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오늘도 일출은 없었다

 

  체감 온도는 영하 30도 이상 , 강풍에 추워서 정상에 1~2분도 서 있기 힘들다

 

 

   

천왕봉 1915m

 

지리산은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부르고

신라 5악 중 남악으로 "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 " 해서

지혜로운 산 지리산이라 부른다

 

지리산은 백두산의 맥이 한반도를 타고 내려와 이곳까지 이어졌다는 뜻에서 두류산이라고

불렀으며 불가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높은 스님의 처소를 가리키는 방장의 깊은 의미로

방장산이라고도 했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곳으로 경상남도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과 전라남도 구례군 전라북도 남원시로 3개 도 5개 시,군 15개 읍,면에 걸쳐

총면적이 440,517km이며 평으로 환산하면 1억 3천 평에 여의도 면적의 52배다

 

 

          

 로터리 대피소에서 함께 올라온 산꾼들이 거센 강풍과 추이에  서쪽 장터목 방향을 포기하고

다시  동쪽 로터리 대피소-중산리 방향으로 하산한다

 

 

 

강풍이 눈 서래를 하늘로 올리는 천왕봉 풍경

이 길을 가야 하는 사연

 

이제는 장터목에서 천왕봉을 향해 올라오는 반대 방향 몇 명 산꾼들과 마주친다

지금은 강한 서풍이라 천왕봉 방향으로 가는 산꾼들은 바람을 등지고 올라가니 좋겠다

 

 나는 반대로 천왕봉에서  서쪽 장터목 방향이다

높이가 1,915m 능선에는 영하 30도 이상 강한 서풍에 눈 서래는 얼굴과 몸에 강하게 

부딪쳐  한기를 느껴 얼마나 추운지 로타리 대피소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10번도 더 난다

 

그러나 돌아갈 수 없는 사연은 포기하면 내 인생에서 두번 다시 백두대간 도전은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돌아갈 수 없는 첫 번째 이유이며 시련의 시작이다

앞으로도  멀고도 먼 저 산들을 넘자면 수많은 산길에는 힘들고 어려운 고난과 고비가

끝없이 이어서 다가올 것이다

 

 

 

뒤돌아서 보니 저 멀리 천왕봉이 우뚝 서 있네

이제는 세석 대피소가 서서히 다가온다

 

 

 

계획은 계획 일 뿐이다

 

오늘 산행은 로터리 대피소에서 세석과 벽소령, 연화천 지나 노고단 대피소까지 갈 계획이나

새벽 03시 30분 밖에 나가니 강풍과 눈이 또 내린다

연일 내리는 눈이 쌓여 산행길은 더 어려워지고 어젯밤 관리인이 말한 영하 30도는

거짓이 아니고 진정한 말인가 보다

 

새벽 04시 출발을 05시 20분으로 연기하고, 만약 최악에 경우는 장터목이나 세석 대피소

아니면 벽소령 대피소에서 1박 할 계획이다

하루에 끝나는 산행이 아니고 3일은 가야 하니 대피소에서 하루를 더 머물러도 안전과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동절기에는 안전 문제로 백두대간을 소수 그룹이나 산악회 산행이 극소수다

 눈과 강풍 추위 그리고 빙벽 등 아이젠을 신고 장시간 산행 길이 그리 쉬운 일은 안인 듯,,

 

경험상 겨울철 산행은 다수가 하는 게 좋고 최소 2인 또는 그 이상이면 서로 의지하며 사고 시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그러나 혼자의 길은 위험에 쳐하면 스스로 해결하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한다

 

 

 

와,, 집체 보다 높다

 

 

 

눈높이가 2m 정도다

 

 

 

이틀 전에 폭설이 내리고 계속 눈이 내리다 보니 산꾼들이 없어 산길이 사라졌다

눈이 쌓여서 어느 곳은 무릎까지 오르는 눈,,

 

 

 

이제는 천왕봉-장터목-세석 대피소를 지나서 4,3km 가면 벽소령 대피소다

 

 

 

벽소령 대피소 빨간 우체통 이야기

 

지리산에 첫 발걸음이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으로 화엄사를 시작으로

30년 전 나 홀로 화엄사 - 천왕봉 - 대원사 종주. 다음에는 성삼재 - 천왕봉 - 대원사

산악회와 당일로 성삼재 - 천왕봉 - 중산리 종주. 3년 전 산악회와 서북능선 고기리 - 만복대

- 성삼재 등산 또 남부 능선 청학동 - 삼신봉 - 세석 대피소 - 의신 등산

이번  백두대간 종주로 지리산과 6번째 인연을 맺는다 

 

그리고 지리산이 얼마나 넓은지 피아골, 뱀사골, 칠선계곡 등 지금도 못 간 곳이 많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리산 전체를 횡단하는 태극종주다

 

이곳 벽소령은 몇 년 전 지리산 종주할 때 숙박을 하였던 곳이다

오늘 산행 중 눈보라에 지쳐 잠시 휴식하고 15시 30분 연화천으로 출발하는데

깊은 산속은 일찍 어두워지고 하늘은 먹구름이요 강풍이 분다

 

그런데 대피소 젊은 직원이 우체통까지 뛰여 와,,

내가 몹시도 지친 모습으로 보였나 하기야 어젯밤에 뜬눈으로 지새웠고 아침부터

강한 눈보라를 맞으며 산행을 했으니 꼴이 오직 할까?

 

직원 왈. 눈이 많이도 쌓였고 높은 산이라 오후 16시 되면 컴컴하고 온도가 급격히 하락하여

위험하니 꼭 여기서 숙박하기를 몇 번 권유를 한다

오늘 예약된 곳이 노고단 대피소라 하니 전화를 할 테니 무료로 숙박하란다

상막한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청년도 있다는 게 감동이에요

 

그런데 청년의 권유를  뿌리치고 연하천으로 가면서 자꾸만 고마운 청년의 얼굴이 생각난다 

 인간 사회는 착한 사람과 나뿐 놈, 깨끗한 사람과 더러운 놈, 용감한 사람과 비겁한 놈

 더러운 쓰레기 속에서 아름답게 피여 나는 한송이 꽃처럼 말이다

젊은이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의 글을 수 일내 벽소령 빨간 우체통으로 엽서를 보낼 것이다

 

 

 

이정표를 보니 오늘 밤 숙박할 곳이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12,8km 삼십 리가 남았다

지금 시간은 오후 17시경이라 연화천 대피소 가기도 바쁘다

 

 

 

 

 

 

검은 복면의 시인이 머무는 곳  연하천

오늘은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다

 

지금까지 많은 산행을 하면서 오늘 같이 힘든 산행은 처음이다

그래도 지리산은 수많은 산꾼들이 오르는데  연일 내리는 눈으로 산꾼들이 없어

어느 곳은 산길이 없고 날씨는 영하 20~30도로 태풍 같은 강한 서풍 바람을 앞에서 맞으며

온종일 걷다 보니 많이도 피곤하다

 

오늘 가고자 했던 노고단 대피소는 못 갔지만 어려운 산행에도 생각보다 조금 더 왔다

백두대간 시작부터 고난이구나,

내일 제발 강한 바람만 불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산행 중 안전을 위해 벽소령 대피소에서 숙박하는 게 원칙이나 연화천까지 온 것은

내일 노고단을 지나 서북 능선 만복대, 바래봉에서 하산하여 고기리 마을까지 가면

백설의 아름다운 대망의 지리산 구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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