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명을 잉태하기까지,,
들녘에 아지랑이 춤추는 따뜻한 봄날이다
그동안 찬바람을 견디며 겨우내 잠들었던 모든 만물이 역동적으로 숨 쉬며 움직인다
한 폭의 푸른 잎새를 말기도 하고 달콤한 한 모금의 물을 젖이며 꽃을 피우는 게
천지는 살아있다는 자연의 영원한 생존 법칙인가 보다
그런가 하면 봄날의 오묘한 정기를 받아 동물들도 사랑의 구애를 열심히 하여 짝을 찾아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기도 한다
그런데요, 얼마 전부터 요 녀석 때문에 걱정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3월 28일
1년에 10여일 정도 가는 모 회사에 일 때문에 들렀다
잠시 휴식 차 나무 그늘에 가니 산비둘기가 갑자기 푸드락 날아간다
나무 위를 보니 새집이 있어 궁금하여 보았더니 예쁜 두 개의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옛날 초등학교 소년 시절 동네 꼬마들 몇 명이서 산으로 들로 다니며 개구쟁이 짓들 많이도 했었지요
메뚜기 잡고 통통한 보리 꺾어 산으로 가 모닥불에 구워도 먹고
높은 나무 위에 산새 집이 궁금하여 죽어라 올라가서 새 새끼 보며 만져보기도 하며
신기한 자연의 조화를 생각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
다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조금이라도 동심의 세계가 남았다는 게
옛 추억이 고마울 뿐이다
3월 29일
다음 날 회사에 볼일이 있어 또 갔지만 산비둘기가 궁금하여 먼저 찾은 다
이제는 구면이라 도망도 안 가고 눈만 깜박인다
4월 2~3일
3번째, 4일 만에 다시 일 때문에 회사에 갔지만 궁금하여 산비둘기를 찾았다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는 게 얼마나 힘겨운가,,
4월 5일
3일 만에 또 회사에 갔지만 일 보다 산비둘기가 더 궁금하다
이번에는 5번째라 넌지시 손으로 접근해도 도망가기는커녕 눈만 깜박 깜박이며 움직이지도 않는다
4월 6일
오늘은 6번째라 아주 가까이 10cm까지 근접했어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손으로 한 번 만져 보고도 싶으나 놀랄까 봐, 그건 안 되지,,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기까지 얼마나 큰 애정과 사랑의 정성을 다하고 있을까?
사람의 손이 자기 몸 가까이 까지, 갔어도 큼 적도 안 하고 귀중한 두 개의 알을 품고 있다는 게
아마도 잡혀서 죽을 수 있는데 끝까지 짖기는 미생의 조류라 할지라도 그 용기에 감복할 따름이다
오늘 우리는 비운의 세상을 사는 인간 사회보다 더 따뜻하고 훈훈한 조류의 세계를 보며
많은 의문의 시간을 남긴다
뉴스를 보면 어린아이를 학대하고 또 자기가 낳은 자식을 죽이는가 하면
부모와 자식이 죽이고 죽는 불행한 사회 현실을 보자니 우리가 미생의 조류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4월 9일
3일 후, 7번째 되는 날 이번에는 맛있는 쌀과 잡곡 먹거리를 가지고 갔었는데 산비둘기는 없었다
덩그러니 두 개의 알만 있었고 곡식을 주변에 주었다
오전에도 점심시간에도 오후 퇴근 시간에도 산비둘기는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으며
괜히 손으로 가까이 가서 놀라서 도망을 갔나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울적하다
4월 10일
산비둘기와 처음 만난 게 오늘로 14일째 되는 날이며
오늘도 오전, 점심, 퇴근 때까지 산비둘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에 산비둘기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두 개의 알은 그대로 사사될 것이다
산비둘기가 알을 품지 않는 날짜가 4일째 되는 날이라 가지고 가서 자연 부화할까 생각도 했지만
만약에 산비둘기가 돌아온다면 얼마나 슬픈 게 울고 있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말 우울한 하루 없다
6일째 되는 날 그 회사에 다시 간다
만약 산비둘기가 없다면 10일간 알을 품지 않아도 자연 부화가 되는지 궁금하다
보고 싶구나! 산비둘기야 꼭 돌아와 두 개의 알을 이렇게 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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