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3.11.24 송도가는 길

세월민초 2013. 11. 29. 03:18

 

 

송도가는 길은 멀기만 한데

우연히 마지막 가을을 송도 흥륜사에서 보낸다

 

나의 옛 이야기

그러니까 옛 국민학교 3학년인가. 여름방학때 난생 처음 큰 도시로 여행을 떠났고 그 곳은 인천시 송도다

송도 청량산 동남쪽 기슭에 큰 고모님이 보육원을 했고 앞으로 날 미국 군인에게 입양하여 미국으로 보낸다고 하였다

 

전라북도 정읍 시내에서 삼십리 거리 농촌 시골에서 자라서 버스나 기차를 타 본 기억은 없지만

서울 구경과 인천 바닷가를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날 잠 못 이루웠지요

인천으로 날 대리고 가는 형은 옆 집에 오래전에 살았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인천보육원에서 무료로 고등학교를 보내주고

아마도 수십명의 모든 학생들이 무료로 학교를 다녔으며 보육원은 미군과 정부에서 지원한 것 같았다

 

서울가는 부풀었던 청순한 꿈

옆 집 형과 밤 완행열차를 타고 가는데 아침에 열차 개찰하는 승무원에게 무임 승차로 걸려서 나 혼자 평택역에 떨어 졌다

고등학교 형은 표가 있었고 난 어려서 그냥 열차에 타섰나보다. 나에게는 돈 한푼도 없었으니 ...

열차가 출발하여 그 형은 그냥 떠났고 난 평택역 밖으로 쫏겨 났다

역사에서 구두닥은 얼굴이 무서운 3명이 있었고 날 오라고 한다. 순간 무서운 생각에 삽십육개 줄행랑이다

시간이 한 참 흘러 살살 평택역으로 가 사람들 틈새로 들어가 무작정 열차에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혹시 하행선 부산이나 여수, 목표로 가는 열차를 탓다면 난 영원한 고아가 될 수도 있었다

 

드디여 서울역이다

무임 승차라 개찰구를 통과할 때는 아줌마들 치마폭을 꼭 잡고 함께 나갔다. 서울역 광장

이제는 캄캄한 밤이고 어제 밤 부터 굶었으니 4끼다. 배는 고프지 않으나 초행길인 송도가는 길은 멀기만 하다

또 물어 물어서 인천행 완행열차를 무임 승차하여 인천에 도착하니 어두워 갈 수도 없고 통행금지다

 

이제는 하루밤 잘 곳이 문제다

 인천역 옆에 판자로 된 작은 움막 같은게 5칸 정도 있고 1칸에 한두명 누우면 족하다

동물을 나르는 통인지 바닥에 벼짚이 있었어 찬기는 모르나 지쳐쓰려져 단잠에 빠지고 얼마나 자쓸까

 가슴에 무거운 통등을 느낀다. 눈을 뜨니 내 배 위에 어른이 누워있었다

너무나 놀라서 한없이 뛰었다. 그리고 서서히 먼동이 트고 길거리에 한 두 사람이 보인다

 

 송도가는 길은 어디에요

지금은 없지만 인천과 수원을 연결하는 꼬막 기차가 있었고 철도가 있어 이 철도를 따라 송도를 가기로 하자

가는 길에 아낙네들이 새벽에 작두 펌프로 물을 퍼올려서 배고픈 배를 물로 최우고 먼 철도 레일 여행을 또 걸어서 갑니다

송도유원지 앞 버스 정류장에 이르니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이도 모였다

버스를 타고 인천시내로 등교하는 형들이다. 그런데 그 중에 옆 집 형이 있었다

 

이 곳 보육원에는 시골 형편이 어려워 온 형들도 있었고 많은 아이들이 고아다

난 아이들과 잘도 어울렸고 하루 종일 몇이서 길거리에 있는 6.25 전쟁때 사용한 녹슨 탄피나 포탄을 주워 엿과 바꿔 먹기도 하고

바닷물이 빠지면 형들과 약 십여길 깊숙한 곳으로 가 꽃게도 잡고 그물망에서 고기도 잡아서 허리에 한 푸대씩 가지고 왔으며

동네 사람들은 생업으로 소 구르마에 실어 나른다. 그때 시절은 그렇게 고기가 많았었다

 

내 인생에 처음 부풀었던 청순한 어린 소년의 꿈은 이렇게 머나먼 여행의 길을 시작하였다

 

 

 

아... 옛날이여

오늘은 중국에서 건너 온 스모그 안개로 시야가 흐리다

보육원은 이 산 끝 자락 어디에서인가 있었고 세월이 흘러 그 동안 개발되여 흔적도 없으며

옛날 어릴때 바닷속으로 고기잡이하로 가던 저 바닷길이 지금은 빌딩과 아파트로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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