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가는 관동별곡 8백리 길 본문
관동별곡(關東別曲)
1580년 조선 선조 13년 송강 정철이 45세에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여
관동팔경과 해·내·외금강 등 절승지를 유람하며 읊은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서사 ─ ①] : 관찰사로 임명받음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듁林님의 누엇더니,
關관東동 八팔百백 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하다.
延연秋츄門문 드리다라 慶경會회 南남門문 바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옥節졀이 알픠 셧다.
자연을 사랑하는 병이 깊이 들어 대숲(은서지, 즉 창평]에 누워 있었더니,
(임금님께서) 800리나 되는 강원도의 관찰사 소임을 맡기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그지없다.
연추문(경복궁의 서쪽 문)으로 달려 들어가 경회루 남문을 바라보며,
(임금님을) 하직하고 물러나니 (임금님이 내린 관찰사의 신표인) 옥절이 (행차의) 앞에 섰다.
[서사 ─ ②] : 관찰사로의 부임과 선정 포부
平평丘구驛역 말을 가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昭쇼陽양江강 나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백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洲쥐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하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峰봉이 하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난다, 몰아난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가탈시고.
汲급長댱孺유 風풍彩채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양주의) 평구역에서 말을 갈아 타고 (여주의) 흑수로 돌아드니,
(원주의) 섬강은 어디인가, 치악산이 여기로다.
(춘천의) 소양강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어디로 흘러간다는 말인가?
(임금님 곁을 떠나) 외로운 신하가 서울을 떠나니 백발(근심과 걱정)도 많기도 많구나.
동주[철원]에서 밤을 겨우 새우고 북관정에 오르니,
삼각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가 거의 보일 것 같구나.
(옛날 태봉국) 궁예왕의 대궐 터였던 곳에서 까마귀와 까치가 지저귀니,
(너희는) 옛날의 흥망을 아느냐 모르느냐?
(내가 부임할) 회양이 (중국에 있었던 회양이라는) 옛 이름과 마침 같구나.
(중국 회양 태수로 선정을 베풀었다는) 급장유의 모습을 다시 아니 볼 것인가?
[본사Ⅰ ─ ①] : 만폭동 폭포의 장관
營영中듕이 無무事사하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행裝장을 다 떨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테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가튼 무지게, 玉옥 가튼 龍룡의 초리,
섯돌며 뿜난 소래 十십里리의 자자시니,
들을 제는 우레러니 보니난 눈이로다.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 때에,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여행 채비를 간편히 하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으며
백천동을 곁에 두고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은 같은 무지개와 옥 같은 용의 꼬리가
섞여 돌며 뿜는 소리가 십 리에 퍼져 있으니,
(멀리서) 들을 때에는 우레 소리 같더니 (가까이서) 바라보니 눈이 내리는 것 같구나.
[본사Ⅰ ─ ②] : 금강대의 학과 물아일체
金금剛강臺대 맨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風풍 玉옥笛뎍聲셩의 첫잠을 깨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뜨니,
西셔湖호 녯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난 듯.
금강대 맨 꼭대기에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학이 새끼를 치니,
옥피리 같은 봄바람 소리에 첫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의 학이 공중에 솟아 뜨니,
서호의 옛 주인을 반겨서 넘노는 듯하구나.
[본사Ⅰ ─ ③] : 진헐대에서 바라본 산봉우리들의 충절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양寺사 眞진歇헐臺대 고텨 올나 안잔마리,
廬녀山산 眞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나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헌사토 헌사할샤.
날거든 뛰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난 듯, 白백玉옥을 믓것난 듯,
東동溟명을 박차는 듯, 北북極극을 괴왓는 듯.
놉흘시고 望망高고臺대,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날의 추미러 므사 일을 사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도록 구필 줄 모라나다.
어와 너여이고, 너 가타니 또 잇난가.
소향로봉과 대향로봉을 눈 아래 굽어보고,
정양사 진헐대에 다시 올라앉으니,
여산(금강산)의 참모습이 여기에서 다 보인다.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날거든 뛰지 말거나, 섰거든 솟지나 말지.
(산봉우리들이 마치) 연꽃을 꽂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동해를 박차는 듯, 북극을 떠받쳐 괴어 놓은 듯하구나.
높구나 망고대여, 외롭구나 혈망봉이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아아, 너였구나. 너같(이 지조가 높)은 것이 또 있는가?
[본사Ⅰ ─ ④] : 개심대에서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우국지정을 느낌
開개心심臺대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바라보며,
萬만二이千쳔峰봉을 歷녁歷녁히 혀여하니
峰봉마다 매쳐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날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솟디 마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만들고쟈.
形형容용도 그지업고 軆톄勢셰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자然연이 되연마난,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졍도 有유情졍할샤.
개심대에 다시 올라 중향성을 바라보며,
만이천봉을 분명히 헤아려 보니
봉우리마다 맺혀 있고, (봉우리) 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깨끗하지 말거나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지.
저 (맑고 깨끗한)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재(人才)를 만들고 싶구나.
(봉우리의 갖가지) 모습이 끝이 없고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많기도 많구나.
(이 봉우리들은) 천지가 생겨날 때에 저절로 되었지마는,
이제 와서 보게 되니 (천지 창조에 조물주의) 뜻이 깃들어 있기도 하구나.
[본사Ⅰ ─ ⑤] : 비로봉 정상을 보며 공자를 흠모함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나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난 모라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디하야 젹닷 말고.
어와, 뎌 디위를 어이하면 알 거이고.
오라디 못하거니 나려가미 고이할가.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가 본 사람이 그가 누구인가? (저렇게 아득하니 아마도 없으리라.).
(비로봉과) 동산, 태산의 어느 것이 (비로봉보다) 높던가?
노나라가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거늘,
넓거나 넓은 천하를 (공자님은) 어찌해서 작다고 했는가?
아아, (공자님의) 저 (높은 정신적) 경지를 어이하면 알 것인가?
(비로봉에, 또는 공자의 정신적 경지에) 오르지 못하거니 내려가는 것이 이상하랴?
[본사Ⅰ ─ ⑥] : 화룡소에서의 선정 포부와 애민을 다짐함
圓원通통골 가난 길로 獅사子자峰봉을 차자가니,
그 알페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이 구비구비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를 디련난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사라.
원통골의 좁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에 넓고 평평한 바위가 화룡소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 묵은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밤낮으로 (물을) 흘려 내어 푸른 바다에 이었으니,
(용은) 바람과 구름을 언제 얻어 흡족한 비를 내리려 하느냐?
그늘진 낭떠러지에 시든 풀을 모두 살려 내려무나.
[본사Ⅰ ─ ⑦] : 불정대 십이폭포의 장관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나모 써근 다리 佛블頂뎡臺대 올라하니,
千쳔尋심絶졀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배를 촌촌이 버혀 내여,
실가티 플텨이셔 뵈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두 구배, 내 보매난 여러히라.
李니謫뎍仙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하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하려니.
마하연, 묘길상, 안문재 넘어 내려가,
외나무 썩은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조물주가) 천 길이나 되는 절벽을 공중에 세워 두고,
은하수 큰 굽이를 마디마디 잘라내어,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었으니,
산수 도경에는 열두 굽이(로 되어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여럿이구나.
이백이 이제 (살아) 있어서 다시 의논하게 되면,
여산이[여산 폭포가] 여기(십이 폭포)보다 낫다는 말을 아마도 못할 것이다.
[본사Ⅱ ─ ①] : 산에서 동해로 내려감
山산中듕을 매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라.
藍남輿여緩완步보하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하니,
玲녕瓏농碧벽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난 離니別별을 怨원하난 듯,
旌졍旗긔를 떨티니 五오色색이 넘노난 듯,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 것난 듯.
鳴명沙사길 니근 말이 醉취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할 겻테 두고 海해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백鷗구야 나디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난.
금강산중만을 계속 보겠는가? (이제는) 동해로 가자꾸나.
남여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에 오르니,
반짝이는 맑은 시냇물과 여러 가지 소리로 우는 새는 (나와의) 이별을 원망하는 듯한데,
깃발을 휘날리니 온갖 빛깔이 넘나들며 노니는 듯하고,
북과 피리를 섞어 부니 바다 안개가 다 걷히는 듯하구나.
명사십리(밟을 때마다 소리를 내는 모래가 십 리에 깔려있는) 길에 익숙한 말이 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실어,
바다를 곁에 두고 해당화 꽃밭으로 들어가니,
갈매기야 날지 마라, 네 벗인 줄 어찌 아느냐?
[본사Ⅱ ─ ②,③] : 총석정에서 삼일포로 이동함(사선봉의 장관과 사선 추모)
金금蘭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라하니,
白백玉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倕슈의 셩녕인가, 鬼귀斧부로 다다만가.
구테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금난굴 돌아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옥황상제가 있는) 백옥루 남은 기둥만이 다만 넷이 서 있구나.
공수의 솜씨인가?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육면(으로 된 모습)은 무엇을 본떴던가?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를 차자가니,
丹단書셔난 宛완然연하되 四사仙션은 어데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데 가 또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郎낭湖호 거긔나 가 잇난가.
淸쳥澗간亭뎡 萬만景경臺대 몃 고대 안돗던고.
고성은 저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 가니,
(사선의 무리가 남석으로 갔다는) 붉은 글씨는 (바위에) 뚜렷한데, (영랑, 남랑, 술랑, 안상랑 등) 네 신선은 어디로 갔는가?
여기서 사흘 동안 머문 후에 어디에 가서 또 머물렀는가?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본사Ⅱ ─ ④] : 의상대에서 본 일출 광경
梨니花화난 발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 東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대예 올라 안자,
日일出츌을 보리라 밤듕만 니러하니, 祥샹雲운이 집픠난 동,
六뉵龍뇽이 바퇴난 동, 바다헤 떠날 제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뜨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데 가고 咳해唾타만 나맛나니.
天텬地디間간 壯장한 긔별 자셔히도 할셔이고.
배꽃은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피 울 때에,
낙산 동쪽 언덕으로 의상대에 올라 앉아,
일출을 보려고 한밤중에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마구 피어나는 듯,
여섯 마리 용이 (해를) 떠받치는 듯, (해가) 바다에서 떠날 때에는 온 세상이 일렁거리더니,
하늘에 치솟아 뜨니 가는 터럭도 헤아릴 것 같구나(매우 환하다).
아마도 지나가는 구름이 해 근처에 머물까 두렵구나.
(간신배들이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할까 염려하는 시 ‘등금릉봉황대’를 읊은) 이백은 어디 가고 그의 시만이 남았느냐?
이 세상에 굉장한 소식을 (그의 시에서) 자세히도 (표현)하였구나.
[본사Ⅱ ─ ⑤] : 경포의 장관과 강릉의 미풍양속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躑텩躅튝을 므니발와
羽우蓋개芝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나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댱松숑 울흔 소개 슬카장 펴뎌시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랄 혜리로다.
孤고舟쥬解해纜람하야 亭뎡子자 우희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겨테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둉容용한댜 이 氣긔象샹, 濶활遠원한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가잔 데 또 어듸 잇단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사를 헌사타 하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 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도 잇다 할다.
석양녘에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으며
신선이 타는 수레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되는 깨끗한 비단(경포 호수)을 다리고 다시 다려,
큰 소나무가 둘러싼 속에 실컷 펼쳐졌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구나 모래를 셀 것 같구나(매우 맑다).
한 척의 배를 띄워 (노를 저어)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동해) 바다가 거기로다.
조용하구나 이 (경포의) 기상,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계,
이보다 (이곳 경포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곳이 또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고려 우왕 때의 박신과) 홍장의 옛 (사랑) 이야기가 야단스럽다고 하겠구나.
강릉 대도호의 풍속이 좋구나.
충신과 효자, 열녀를 찬양하기 위해 세운 붉은 문이 고을마다 벌여 있으니(널렸으니)
즐비하게 늘어선 집마다 벼슬을 줄 만하다는 요순 시절의 태평성대가 이제도 있다고 하겠구나.
[본사Ⅱ ─ ⑥] : 죽서루에서의 객수와 신선 세계에 대한 동경
眞진株쥬館관 竹듁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나린 믈이
太태白백山산 그림재랄 東동海해로 다마 가니,
팔하리 漢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한하고 風풍景경이 못 슬믜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객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槎사를 띄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향하살가,
仙션人인을 차자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진주관[삼척] 죽서루 (아래의) 오십천 흘러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아름다운 경치)를 동해로 담아가니,
차라리 (그 강물을 임금 계신) 한강의 남산에 닿게 하고 싶구나.
관원의 여행길은 한계가 있지만, 풍경이 싫지 않으니,
그윽한 회포가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 시름도 둘 곳 없다.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 내어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해 볼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이란 동굴에 머물러 볼까?
[본사Ⅱ ─ ⑦] : 망양정의 파도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날이니 하날 밧근 므서신고.
가득 노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데,
블거니 뿜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
銀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육合합의 나리난 듯,
五오月월長댱天텬의 白백雪셜은 므사 일고.
하늘 끝을 끝내 보지 못하고 망양정에 오르니,
(수평선 저 멀리)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성난 고래(파도)를 누가 놀라게 하였기에,
(물을) 불거니 뿜거니 하면서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마치 은산(파도)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흘러내리는 듯,
오월의 아득한 하늘에 백설(포말)은 무슨 일인가?
[본사Ⅱ ─ ⑧] : 망양정에서의 월출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하거날,
扶부桑상 咫지尺쳑의 明명月월을 기다리니,
瑞셔光광 千쳔丈댱이 뵈난 듯 숨난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바라보니,
白백蓮년花화 한 가지를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셰界계 남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가득 부어 달다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어데 가며, 四사仙션은 긔 뉘러니,
아매나 맛나 보아 녯 긔별 뭇쟈 하니,
仙션山산 東동海해예 갈 길히 머도 멀샤.
잠깐 동안에 밤이 되어 물결이 가라앉기에,
해 뜨는 곳의 가까운 거리에서 명월을 기다리니,
상서로운 달빛이 (구름 틈으로) 보이다가 이내 숨는구나.
구슬을 꿰어 만든 발을 다시 걷어 올리고 옥돌 같은 고운 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아오를 때까지 꼿꼿이 앉아서 바라보니,
(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흰 연꽃 같은 달덩이를 어느 누가 보내 주시었는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남들 모두에게 보이고 싶어라(온 백성에게 좋은 정치를 베풀고 싶어라.).
신선주를 가득 부어 달에게 묻는 말이,
“옛날의 영웅은 어디 갔으며, 신라 때 사선은 그들이 누구이더냐?”
아무나 만나 보아 (영웅과 사선에 관한) 옛 소식을 묻고자 하니,
선산이 있다는 동해로 갈 길이 멀기도 멀구나.
[결사] : 꿈 속 신선과의 만남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잠을 얼픗 드니,
꿈애 한 사람이 날다려 닐온 말이,
그대를 내 모라랴, 上샹界계예 眞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一일字자를 엇디 그릇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를 딸오난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한 잔 머거 보오.
北븍斗두星셩 기우려 滄창海해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날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하야 兩냥腋액을 추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댱空공애 져기면 날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사海해예 고로 난화,
億억萬만 蒼창生생을 다 醉취케 맹근 後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또 한 잔 하쟛고야.
말 디쟈 鶴학을 타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簫쇼 소래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잠을 깨여 바다할 구버보니,
기픠를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쳔山산 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데 업다.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 드니,
꿈에 한 사람(신선)이 나에게 이르는 말이,
“그대(정철)를 내가 모르겠는가? (그대는) 하늘나라의 참 신선이라.
‘황정경’의 한 글자를 어찌 잘못 읽어 두고,
인간 세상에 (귀양) 내려와서 우리(신선)를 따르는가?
잠깐만 가지 마오.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북두칠성(같은 국자)을 기울여 푸른 바닷물(술)을 부어 내어,
자기도 먹고 나에게도 먹이거늘, 서너 잔 기울이니
(온화한)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아득한 하늘도 웬만하면 날 것 같구나.
“이 술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고루 나누어,
모든 백성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선정의 포부),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
하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신선은) 학을 타고 아득한 하늘로 올라가니,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던가 그제던가.(아련히 들려오네)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깊이를 모르거니 (그 바다의) 끝을 어찌 알리.
밝은 달이 온 산과 촌락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
[출처] 정철 [관동별곡] 본문&해석|작성자 익익왕헐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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