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자연 속의 단편 영화
국수봉에서 하산하는 도중 전화벨 소리다 , 여러 번 폰 연락을 했다는데 이제 통화를 한다
1일 차 종주를 하고 2~3일 차 대간을 중단 일 때문에 서울로 상경해야 하는데
다음 대간 구간 때 이곳에 올 때가 걱정이다
시내버스가 운행을 안 하는 지역이란다
이틀간의 먹을 비상식량도 그대로 배낭 속에 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얼마 전에 만났던 그 여인에게 다 주고 왔을 걸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세상 이치다
현재도 산악 지형에 따라서 아직은 핸드폰이 먹통 지역이 많아
위급한 사항이나 다리 관절 부상으로 움직이지 못할 때 연락할 수가 없고
백두대간 길은 일반 등산객이 다니는 산행길이 아니다 보니 종주하는 사람이 오지 않으면
며칠이나 몇 달이 지나도 구조가 안 된다
그래서 혼자서 백두대간 종주하는 산꾼들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산길을 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아주 극소수고 지금까지는 혼자서 종주하는 산꾼은 만나지 못했고
나 홀로 산꾼들에게는 항상 위험을 감지해야 하니 이것이 제일 큰 고민거리다
이곳에서는 황간군이나 상주시 아니면 김천시 방향 아무 데나 고속버스가 연결되는 곳이면 된다
지방 도로 지나가는 차량들에게 손을 흔들어 도움을 청해도 무심하게 다 지나간다
그리고 약 30여 분 후 복사 화물차가 오고 이 차에 오르면서부터 단편 영화 속의 그분들을 만난다
아저씨는 구겨진 모자를 삐딱하게 돌려졌으며 얼굴은 희극배우처럼 보기만 해도 웃겨 보이고
아줌마는 몸 베옷에 화장만 하면 폼 파 굿판에서 한판 잘 어울리는 폼이다
그러니까 외국에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
낡은 자동차는 지붕도 없으며 찌그러지고 넓은 대평원을 달리며 장난기와 풍요로운 여유 속에서
다정한 부부가 여행하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작은 화물차 공간 속에서 보는 듯하다
아저씨는 운전하면서도 연신 밖을 구경한다고 얼굴을 좌우로 번갈아 1~2초 단위로 돌리며
구슬픈 노랫가락에 취해서 앞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핸들도 덩달아 춤추며 지그자그,, 자동차 차체도 정신없이 흔들어 대며
그래도 가기는 잘도 간다
이렇게 가도 생명에 이상이 없이 살아서 목적지 김천시까지 갈 수는 있는 건지?
생사를 가름할 정도인데 그래도 얼마나 웃음이 나오는지 정말 웃겨서ㅋㅋ
이런 일들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아줌마는 몸 베옷에 검정 고무신을 신었고 의자에 있는 고사리와 곰취나물 위에 털썩 앉아
양손을 앞 유리 쪽 그린을 잡고 목을 쭉 빼고 앞만 본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나물 위에 앉아 있다 ㅎ
운전하는 아저씨는 구경한다고 좌우 차장 밖을 보고 조수 겸 마누라는 앞만 보고
이제는 비도 그치고 날씨는 맑은데 유리창 윈드 그라스는 삐그덕거리며 온 힘을 다하여 돌고 있다
현대식 자율 자동차인가, 이런 차는 난생처음 타 본다
아이고 ,,, 어지러워! 그래도 즐거운 여정이요 추억이었다
그들은 옷맵시와 사회 격식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이방인이며 소박하고 정겨운 그들의 대화가 너무나 달콤하다
마누라 ,,, 이번에 마늘 몇 접가지고 팔면서 강원도 유람이라 갈까?
그렇게 하시구려 여 붕! 부부는 천생연분이었다
장사도 하면서 전국을 유람하는 즐거운 부부며 고향은 영동군이요 나물을 캐고 자택인 구미시로 가는 중이다
한참을 돌고 돌아 김천시 버스터미널까지 몇십 km 먼 길을 고맙게 태워주시어
식사비로 이만 원을 드리니 사양하신다
그분들의 계속된 안전 운전과 항상 건강을 바랍니다 .
728x90
'나의 단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12,24 달빛에 그려진 여인,풍속화 (0) | 2012.12.24 |
---|---|
12,10,27 술에 취해서 본 가을 (0) | 2012.12.22 |
09,06,12 미완성의 주전골 (0) | 2011.03.01 |
09,06,09 본전의 동행 (0) | 2011.02.28 |
09,05,31 희 열 (0) | 2011.02.28 |